알랭 드 보통 in 500일의 썸머




Zooey Deschannel 광팬인 햄이 약 1년 전부터 500일의 썸머 제발 한 번만 보라고 졸랐던 거 같다.

실험 압박에 잠이 안 오던 저번 주 금요일 밤에 별 생각 없이 보기 시작했을 때는,

일주일 넘게 사로잡혀 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




## 그리고 이 때는 마침 (목련이 덕분에) 알랭 드 보통 복습을 마친 뒤였다. 




시작부터 인셉션에서 이상하리만치 주목하게 된 Joseph Gordon-Levitt이 보여서 반가운 마음으로 보게 되었다.

전체적으로 별 내용이 없는 영화다. 거의 무슨 내용이 없다고 보는 게 맞겠다.

나래이션이 알려주듯이, 한 남자가 한 여자를 만나고 사랑하고 헤어지는 게 전부다.

누구나 한 번 이상은 겪게 되는 그냥 별 다를 것 없는 이야기.





## 알랭 드 보통의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혹은 "우리는 사랑일까" 역시 무슨 줄거리가 있는 소설이 아니다.

한 남자가 한 여자를 만나고 사랑하고 헤어지는 게 전부다.

누구나 한 번 이상은 겪게 되는 그냥 별 다를 것 없는 이야기.

그래서 오히려 그 책들은 더 많은 공감과 더 많은 생각할 거리를 안겨준다. 

게다가 알랭 드 보통 특유의 시니컬한 재치, 엄청난 지식을 수수하게 뽐내는 글투, 나만 그러지 않을까 하는 점들을 콕 찝어내어 

다른 여러 사람들과 같다는 동질감을 느끼게 하는 능력에 그저 감탄하며 읽게 만든다.

그리고는 다시 일상에서 되풀이하며 (직간접적으로) 겪기 때문에, 기홍이 말 처럼 뭔가 남는 게 없는 것처럼 느껴지나보다.





남자 주인공은 처음 만날 때부터 "운명"이라고 생각했고, 여러가지 사소한 점에서 공통점을 찾으려 했으며

##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의 남자 주인공처럼

여자에게 (나름의!) 몇 가지 신호를 줘도 별 반응이 돌아오지 않자 뭐가 문제일까 심각하게 고민하면서 좌절했고

##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의 남자 주인공처럼

마침내 뜬금없는 여자의 대쉬로 (정말 뜬금없다고 생각했다;;) 잘 되어갈 때는 온 세상이 그저 아름다워 보이기만 했다.




둘이 만날 때는 둘만의 놀이나 둘만의 암호가 존재했고 (고장난 수도꼭지 개그)

# 알랭 드 보통이 얘기하는 것처럼 둘만의 '언어'가 형성됐고

헤어질 징조는 그 '언어'의 붕괴에서 처참하게 드러나기 시작했다. (고장난 수도꼭지 개그에 맞장구치지 않는 여자)

여자의 모든 사랑스러운 점은 나중에 여자의 모든 싫어할 만한 점으로 바뀌어 있었다.




영화는 앞뒤 시간 순서를 왔다갔다 흔들어 놓으면서 진행함으로써 

이러한 (사귀고 헤어짐의) 특징들이 유치하게 표현될 수 있는 가능성을 영리하게 배제시켰다. 

 


남자 주인공을 만나기 전, 여자 주인공의 과거를 간단히 보여주는 "Summer effect"를 설명하는 장면,

그리고 남자가 여자의 과거 남자들을 캐묻는 장면에서 

"키스하기 전에 이야기하는 것들"을 떠올리는 것은 너무 오버하는 거 아닌가 하는 우려는

영화에서 직접적으로 "행복의 건축"을 보여주는 장면이 깨끗이 없애주었다. 





결국 썸머는 떠나고 영화 끝 부분에서는 어텀이 온다. 

설레고, 행복하고, 우울하고, 좌절하게 만드는 사랑은 결국 다시 돌고 돈다는 그 책들의 내용과 같이.





알랭 드 보통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봐야 할 영화.

(근데 썸머는 왜 뜬금없이 톰을 좋아하고 갑자기 톰을 떠났다가 그렇게 빨리 다른 남자랑 결혼하게 되었을까.

도무지 이해가... -_-;;)



더불어 OST도 너무 좋다. 

들을 수록 빠져드는 Regina Spektor의 US.






## 알랭 드 보통의 다른 책들도 대부분 강추.

삶이 힘들고 사람에 치일 때 "프루스트를 좋아하세요", "불안", "젊은 베르테르의 기쁨"은 큰 도움이 된다.

제일 처음 읽은 책은 "여행의 기술"인데, 어딘가 떠나기 전에 읽으면 좋은 책. 






by drunkenJK | 2011/01/29 23:15 | Songs and... | 트랙백

평범





누군가가 평범한 거랑,
자신을 평범하다고 생각하는 거랑은 확연히 다르다.




그것은,
보다 높은 곳을 위한 갈망과
이미 그 곳에 있는 사람들에 대한 존경 및 배아픔 등이 포함된,
겸손한 자기 비하와 비슷할 때도 있고,

때로는,
지치고 좌절할 때 그래도 주류보다 많이 못 미치지는 않는 것 같다는
한숨섞인 안도와 비슷할 때도 있다.






아무튼 간에,
남이 왜 그렇게 말하게 표현하게 되었는 지에 대한 이해 및 공감 없이 (혹은 그러한 노력 없이)
함부로 말꼬리 잡고 '감정을 비판하는' 행위는 별로 보기에 좋지 않다.



by drunkenJK | 2010/12/22 09:53 | shreggy | 트랙백 | 덧글(2)

Listener






사람에 의해 외로워진 것이 사람에 의해 달래질 것 같지 않다.

뭐지, 이런 기분은... 마치 어렸을 때 무언가에 단단히 삐졌던 때와 비슷한 기분 같기도 하고.

원인을 알 수 없는 우울함이 감싸고 있긴 한데, 별로 뚫고 나가고 싶지는 않다.

이 안이 더 안전한 것만 같은 느낌.






생각해보면 난 항상 듣는 입장이었던 거 같다.

누굴 만나도 그냥 들어주고, 이해해주고, 맞장구 쳐주고, 때론 의견도 건네주고.

어느 순간, 이런 나를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을 것 같다는 위기감...?

나는 그냥 모든 사람들에게 listener일 뿐이었고, 정작 나에 대해 아는 사람은 거의 없는 거 같은 느낌이 든다.

그래서 요샌 많이 떠벌리려고 그렇게 부단히도 애쓰나보다.

떠벌리고 떠벌리다 보면 그렇게 출력된 내 모습이 심히 부끄러워 몸둘 바를 모르겠다.







그러면서도 요샌 참 주위 사람들을 많이도 부정하고 다닌다.

도무지 맘에 드는 사람이 없다. 

내가 어쩌다 이래 됐나.... 싶기도 하다.










이거 참, 다 털어놓고 보니 우울한애정결핍삐쟁이투덜이 이군.



by drunkenJK | 2010/12/17 17:32 | shreggy | 트랙백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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